
※ 2026년 10월 23일 기준 법령으로 정리했습니다. 법령이 바뀌면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무실을 비우기 한 달 전, 임대인이 철거 견적서를 보내며 칸막이와 천장 조명까지 뜯고 나가라고 합니다. 칸막이는 입주할 때 이미 있던 것인데, 이를 보여 줄 사진도 목록도 없습니다.
이 글은 원상복구 의무가 어디서 나오는지, 전 임차인 시설과 자연 마모는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판례로 정리합니다. 이어서 입주 첫날 남길 기록, 계약서에 넣을 특약 문구, 퇴거 2~3개월 전에 챙길 일을 차례로 짚습니다.
1. 원상복구 의무는 민법에서 나옵니다
민법 제615조는 빌린 물건을 돌려줄 때 원래 상태로 회복해야 하고, 거기에 붙인 물건은 떼어 갈 수 있다고 정합니다. 민법 제654조가 이 조문을 임대차에 준용하므로, 사무실 임차인도 계약이 끝나면 원상회복 의무를 집니다. 법조문은 ‘원상회복’이라는 말을 쓰고, 현장에서는 같은 뜻으로 ‘원상복구’를 흔히 씁니다.
그런데 ‘원래 상태’가 언제의 어떤 상태인지는 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퇴거 때 다툼이 생기면 복구 범위와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됩니다.
2. 전 임차인이 남긴 시설, 판례는 계약 내용을 봅니다
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은 이미 시설이 갖춰진 점포를 빌려 내부를 고친 임차인에 관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따로 약정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자신이 고친 범위에서 빌릴 때의 상태로 돌려주면 되고, 앞선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복구할 의무는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은 결론이 달랐습니다. 이전 임차인에게서 커피전문점 영업을 넘겨받고 점포를 새로 빌린 임차인이, 계약서의 원상회복 조항 때문에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의 철거비까지 보증금에서 공제당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원상회복 범위를 계약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상태, 임차인이 고친 내용 등을 따져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임차인 시설을 넘겨받는다면 그 사실과 처리 방법을 계약서에 따로 적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출발점입니다.
3. 자연 마모는 빠지고, 보증금 공제와 지연 손해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벽지 변색이나 바닥 닳음처럼 평소대로 쓰다가 생긴 낡음을 ‘통상의 손모’라고 부릅니다. 법률신문이 2021년 6월 보도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4453 판결은 통상의 손모가 임대차의 성질상 예정된 것이어서 임차인이 복구할 의무는 없다고 봤습니다. 다만 하급심 판결이라 계약서에 직접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대인은 원상회복 비용을 보증금에서 뺄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다50729 판결은 보증금이 차임과 훼손 손해배상 등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고, 목적물을 돌려줄 때 따로 의사표시 없이 공제된다고 봤습니다. 반면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은 약 32만 6천 원어치 전기시설 미복구를 이유로 남은 보증금 약 1억 2,500만 원 전액을 묶어 두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복구 지연에 따른 배상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90다카12035 판결과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7다15104 판결은 그 손해를 임대인이 직접 복구했다면 마칠 수 있었던 기간의 임대료 상당액으로 봤습니다.
4. 입주 첫날 기록과 특약 문구 예시
기준 시점은 서명한 날보다 실제로 공간을 넘겨받은 날로 잡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 사이 전 임차인이 짐을 빼거나 임대인이 손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
넘겨받는 날 임대인과 함께 방마다 네 벽과 천장, 바닥을 찍고, 출입문부터 공간 전체를 한 번에 도는 영상도 남깁니다. 칸막이·조명·바닥재·냉난방기 같은 시설은 ‘임대인 소유’, ‘전 임차인이 남긴 것’, ‘우리가 설치할 것’으로 나눈 목록을 만들어 양쪽이 서명하고 계약서 별지로 붙입니다.
원상복구 특약 문구 예시
- (기준 시점과 범위) 임차인이 계약 종료 때 반환할 상태는 인도일에 양 당사자가 함께 작성하고 서명한 현황 목록과 사진·영상 기록(별지 1)에 나타난 상태로 한다. 복구할 부분은 입주 뒤 임차인이 직접 설치하거나 바꾼 것으로 한정한다.
- (인수 시설 처리) 별지 2에 적은 칸막이, 조명, 바닥재 등은 이전 임차인이 남긴 것을 임차인이 그대로 넘겨받은 시설이며, 임차인은 계약이 끝날 때 이를 철거하거나 원래대로 되돌릴 책임을 지지 않는다.
- (통상 손모) 계약 기간 중 정상적인 사무실 사용으로 생긴 벽지·도장 변색, 바닥 마모, 액자·가구 자국 등은 임차인이 복구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 (금전 정산) 양 당사자가 합의하면 임차인은 복구 공사를 하는 대신 퇴거 ○일 전까지 함께 정한 견적 금액을 보증금에서 빼는 방식으로 정산할 수 있다. 이때 임대인은 남은 보증금을 명도일에 반환하고, 정산한 금액 외의 복구 비용은 따로 청구하지 않는다.
위 문구는 예시일 뿐이므로 실제 건물 상태와 계약 조건에 맞춰 고쳐 써야 합니다.
5. 퇴거 2~3개월 전에 할 일과 분쟁조정
계약 만료 2~3개월 전에는 입주 때 만든 별지와 사진을 붙여 임대인에게 복구 범위를 서면으로 묻고 답을 받아 두세요. 견적은 두 곳 이상에서 받고, 직접 공사할지 금전으로 정산할지도 이때 정합니다. 명도일에는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공제 항목과 금액이 적힌 정산서를 받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0조 제2항은 ‘보증금 또는 임차상가건물의 반환에 관한 분쟁’을 조정 대상으로 두고, 같은 법 시행령은 계약 해석과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분쟁도 조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2023년 2월 공개한 위원회 처리 현황에도 원상회복 분쟁이 들어 있습니다.
다만 위원회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임대차 분쟁을 다루므로, 환산보증금(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금액)이 지역 기준을 넘는 계약이면 신청 가능 여부를 관할 위원회에 먼저 물어보세요. 법무부 표준계약서 안내에 따르면 조정 결과는 60일, 길어도 90일 안에 나옵니다. 소송까지 검토해야 한다면 변호사와 상의하세요.
원상복구 체크리스트
- 공간을 넘겨받은 날 날짜가 남는 사진과 영상으로 사무실 전체를 기록했다.
- 임대인 소유, 전 임차인이 남긴 것, 우리가 설치할 것으로 시설 목록을 나누고 양쪽이 서명했다.
- 계약서 원상복구 조항에 기준 시점과 복구 범위가 적혀 있는지 확인했다.
- 통상의 손모를 복구 대상에서 빼는 문구가 들어갔는지 확인했다.
- 인테리어 공사 내역과 도면, 공사 전후 사진을 보관했다.
- 퇴거 2~3개월 전에 임대인과 복구 범위를 서면으로 맞췄다.
- 복구 견적을 두 곳 이상에서 받았다.
- 명도일에 임대인과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공제 내역이 적힌 정산서를 받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 임차인이 해 둔 인테리어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나갈 때 철거해야 하나요?
1990년 판결은 약정이 없으면 앞선 임차인의 시설까지 복구할 의무는 없다고 봤지만, 2019년 판결은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가 있고 영업과 시설을 함께 넘겨받은 임차인에게 철거비 공제를 인정했습니다. 계약서 문구와 인수 경위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판단이 어렵다면 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Q. 임대인이 원상복구비를 보증금에서 빼고 돌려준다고 합니다. 그래도 되나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처럼 임대차에서 생긴 임차인의 채무는 보증금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상의 손모까지 넣었거나 사소한 미비를 이유로 보증금 전액을 묶어 두는 것은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공제 항목별 내역과 견적서를 먼저 요청하세요.
Q. 복구 공사가 늦어지면 그 기간 임대료를 계속 물어야 하나요?
판례는 그 손해를 임대인이 스스로 복구할 수 있었던 기간의 임대료 상당액으로 한정합니다. 기간은 공사 규모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툼이 크면 변호사 확인을 받으세요.
다음에 할 일
지금 쓰는 사무실 계약서를 꺼내 원상복구 조항에 기준 시점과 범위가 있는지부터 보세요. 입주 전이라면 인도일에 임대인과 현장을 돌 시간을 잡고, 이미 입주했다면 오늘 상태라도 사진과 목록으로 남겨 임대인 확인을 받아 두세요.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위 특약 예시를 참고해 문구 추가를 협의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