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의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식재산처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이 해외 기술유출 사범을 붙잡아 기소까지 이어진 첫 사례다.
14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기술경찰과 대전지방공소청은 피해기업 전직 직원 A씨(45)를 구속기소하고 B씨·C씨(40)를 불구속기소했다. 주범인 전직 임원 D씨(58)는 해외에 머물고 있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유출된 기술은 프로브카드다. 웨이퍼 상태의 반도체 칩이 정상인지 가려내는 검사장비 핵심 부품으로, 미국과 일본 기업이 시장을 먼저 차지해 온 분야다.
피해기업은 이 기술을 국산화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검사용 장비도 개발해 국내외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해외 시장을 잃으면 매출이 해마다 4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A씨 등 3명은 2023년 11월 D씨에게서 기존 연봉의 두 배를 제안받고 해외 제조기업으로 옮겼다. 이들은 올해 2월까지 현지 유통기업과 짜고 피해기업 도면으로 만든 제품을 해외 대기업에 공급해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어긴 혐의를 받는다.
수사는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 첩보로 시작됐다. 기술경찰은 국내 설계업체 압수수색으로 도면을 확보하고, 반도체 업계 출신 수사관을 투입해 자료의 출처를 밝혀냈다.
정연우 지식재산차장은 “기업의 핵심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기술유출 사범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처는 해외 기술유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범행에 가담한 해외 기업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해외에 있는 D씨의 신병 확보와 재판 결과가 남은 변수다.
